인하의 아버지는 인하가 7살이 될 때부터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체벌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인하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했고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했다. 그는 어딘가에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무능한 자신이 어디에 가서 인정을 받지 못한 분을 자식에게 전부 풀었고 그게 그에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아...
다원은 아직도 윌리엄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마음을 어지럽게 헤집고 있었다. 개조된 뇌... 심어진 기억... 자신의 기억은 어디까지 만들어진 것이고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졌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가설은 다원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게 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자신이 믿고 의지하며 친구라 여긴 주변...
“저기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다원은 앞서 나간 사람을 잡으려고 큰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이곳은 미국이지만 그는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기에 다원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했고 다원의 목소리가 닿았는지 그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았다. “아니, 당신은 방금 전에... 저를 쫓아온 건가요?” “네 저기... 할 말이 있어서요. 교, 교수님? 프란시...
“솔직히 말하면 인하 아가씨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 거라곤 옆에서 보조하는 것뿐이고 인하 아가씨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전부 해내는 사람이었어요.” 유리와 인하의 과거 얘기를 듣던 다원은 생각에 잠겨서 말이 없었다. 유리는 인하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힘을 받아서 그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본래 지니고 있는 안의 ...
저택에서 집사로 일하게 된 지 며칠이 지났다. 유리는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요한 저택에도 익숙해졌다. 시끄러운 것과 조용한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냐고 하면 조용한 것이 좋긴 했다. 조용한 점이 이 저택의 유일하고도 가장 커다란 장점이었다. 쓸데없이 넓어서 이동이 불편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기도 했다. 유리는 자기 방에서 독서를 하던 중 맞춰...
다원은 유리가 몰고 온 차에 올라탔다. 인하 없이 단둘이 남은 상황은 처음이어서 가는 동안 다원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까 고심했다. 하지만 유리는 대화하지 않는 쪽을 선호할지도 모르고 잠자코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리는 출발하기 전에 자동차 라디오를 켜려고 계속 기계를 만졌고 다원은 그걸 의아하게 바라봤다. 라디오에서는 곧 인하의 목소리가 흘러나...
이슬라와 샬럿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라서 닮은 듯 닮지 않은 쌍둥이였다. 굳이 겉모습을 다르게 꾸미지 않아도 누가 봐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쌍둥이는 디자인이 같은 머리 장식을 하고 있었다. 스마일이 그려진 검은색 머리핀과 머리끈이다. 이것을 맞춰서 착용하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날은 자매가 사이좋게 외출을 ...
다원은 샬럿과 함께 강의실에 들어갔다. 제법 넓은 공간이었지만 학생 수는 적은 편이어서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개중에는 마스크를 쓴 학생도 몇몇 보여서 다원이 섞여 앉아 있어도 어색하진 않았다. 곧 강의실에 교수가 들어왔다. 갈색 머리를 한 중년 남성이었다. 교수가 자기소개를 시작했고 다원은 그때 자신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한...
여긴 강인하의 저택이 아닌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인하 소유 별장 중 하나였다. 이 별장 또한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인공섬의 저택에 비하면 1/3 정도는 되어 보였다. 별장에는 별장을 관리하는 관리인 노부부가 살고 있었고 로봇도 몇 대 존재했다. 다행히 노부부는 한국인이어서 다원이 소통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그들은 상당히 따뜻하고 인자한 인상이었고 예의를 ...
✿과거: 이슬라 시점 내 여동생 샬럿은 어릴 적부터 항상 행복해 보이는 아이였다. 슬픈 얼굴이나 화난 얼굴, 괴로워하는 얼굴은 내가 아는 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샬럿의 웃는 얼굴을 정말 좋아했다. 곤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늘 밝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어린 마음에 멋지다고 생각했다. 함께 놀다 보면 나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
어느덧, 무더웠던 계절도 적당히 서늘한 바람이 불게 되면서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날씨는 눈부시게 화창했고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강인하의 저택에서는 사람도 반려동물도 밖으로 나와 있었다. 거기에 보기 드문 생물 좀비도 함께였다. 좀비는 오로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좀비가 저택에서 깨어난 지 4개월. 좀비는 인류를 ...
곰말리입니다. 백합 작품(GL 작품)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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